슬픔구멍

© 2025, 『슬픔구멍』, 나는별
제목: 슬픔구멍
저자: 린제이 보니야 글, 브리지다 매그로 그림, 김세실 옮김
출판사: 나는별
발행일: 2025. 06. 07.
서평: 이수원(계명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그림책 『슬픔구멍』에서 주인공은 동생의 죽음 이후 검은 구멍이 동생의 침대나 의자, 그리고 자신이 어디를 가든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본다. 주인공은 구멍 속으로 뛰어들어 심연의 바닥에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며 슬퍼하고 “왜 하필 내 동생이냐”며 분노한다. “동생 이야기 좀 들려줘”라는 친구 말에 동생과의 추억을 말함으로써 동생을 추모하고 슬픔구멍을 채우는 주인공 모습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나 슬픔은 어떤 단어나 문구로도 못다 표현할 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그림책 『슬픔구멍』에서 검은 크레파스로 휘갈겨 그린 듯한 구멍으로 표현되었다. 유아가 자신의 감정을 다루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구체화(embodiment)하는 것이 필요한데, 검은 구멍은 깊은 슬픔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언어를 넘어서서 비언어로도 감정을 표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그림책에서 슬픔과 인생에 대한 몇 가지 지혜를 제공하는데, 먼저 주인공뿐만 아니라 또래들에게도 슬픔구멍이 있음을 묘사하여 누구라도 그러한 일을 겪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둘째, 이 그림책은 슬픔구멍을 외면하거나 꼭꼭 묻어 두기 보다 누군가에게 말함으로써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마지막으로 동생이 떠난 빈자리에 슬픔구멍이 있지만 같은 페이지에 노란 광원도 그려져 있어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 역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림책 『슬픔구멍』은, 가족의 죽음을 겪은 유아뿐만 아니라 깊은 슬픔을 꺼내 보이기 어려운 성인에게도 그 감정을 마주하도록 용기를 주는 그림책이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싶어 했고 코끼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던 동생을 추모하듯, 그림책 『슬픔구멍』 표지와 내지에는 나비와 코끼리로 가득 차 있다.
유아가 죽음의 비가역성을 이해하는 발달 수준에 이르면, 가족 구성원의 죽음은 충격적인 상실이자 슬픈 사건이 된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유아에게 그림책 『슬픔구멍』 은 정서적인 위기를 다루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가족을 잃은 유아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막막한 교사에게도 이 그림책은 유아의 슬픔을 드러내고 죽음을 애도하도록 이끄는 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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