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

© 2025,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 봄볕
제목: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
저자 : 윤민용 글, 샤샤미우 그림
출판사: 봄볕
발행일: 2025. 10. 27.
서평: 김현경(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그림책 독자들은 종종 시간 여행자가 되어 글과 그림을 따라 걷는다.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는 우리를 1702년 제주도 땅으로 이끈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제주도에 편하게 갈 수 있지만, 300년 전에는 어떠했을까? 당시 제주목사로 부임을 받은 이형상은 3월 7일 한양에서 임금께 인사를 올리고 전라도 강진항까지 말을 타고 이동한 후 다시 배를 타고서 드디어 3월 25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제주도 북쪽 조천항에 도착했다고 전한다.
그렇게 제주목을 다스리게 된 이형상의 목소리를 따라 독자들은 제주도의 바닷가와 한라산을, 과거 시험장과 성산일출봉을, 우도 목장과 사냥터, 목장 등을 함께 거닐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300년 전 제주를 단지 관광객의 눈으로 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임금님의 명을 받든 충성스러운 신하이자, 제주 백성을 사랑하는 관리로서 이형상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대하는 성실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문신 이형상이 제주목사로 부임해 1년간 제주를 다스리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제주의 풍물을 화공 김남길을 시켜 그리게 하고, 당대 명필가였던 오시복에게 글씨를 부탁하여 만든 《탐라순력도》를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구성한 ‘기록화 기반 역사 그림책’이다. 《탐라순력도》는 그림 41면과 서문 2면, 총 43면으로, 순력 및 제주도의 자연과 풍속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림이 실제 날짜순이 아니라 제주목사의 업무 중요도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에서는 20개의 주요 원본 그림을 선별해 시간의 흐름에 맞춰 엮었다. 또한,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주목사 이형상을 1인칭 화자로 설정했으며,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개똥이라는 소년과 영천에서부터 주인 이형상을 따라 제주에 온 삽살개를 매 장면 등장시켜 어린이 독자의 재미와 이해를 한층 더 하였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원본 《탐라순력도》를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실제로 제주를 순력하듯이 읽을 수 있도록 장면의 흐름과 시점을 섬세하게 재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과거의 제주를 미래의 대한민국으로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과거 조선의 제주로 들어가 이형상 목사와 같은 마음으로 ‘탐라순력’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탐라순력도》에 대한 소개와 전체 목차, 기록화에 대한 설명과 제주목사였던 이형상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어 독자들이 관련 지식을 확장하여 탐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앞면지에는 이형상 목사의 탐라 순력 경로를 지도에 화살표로 표시해 놓았고, 뒷면지에는 탐라순력 경로와 함께 현재 제주도 곳곳의 사진을 곁들여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지도가 놓인 방향이다. 출발 및 도착지인 제주목은 지금의 제주시로 위쪽에 있어야 하고, 서귀진성은 지금의 서귀포로 아래쪽에 있어야 하지만 이 지도는 거꾸로 놓여 있다. 왜냐하면 한양에서 임금님이 제주도를 보는 시점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의 겉싸개에 대한 소개도 빼놓을 수가 없다. 겉싸개를 크게 펼치면 탐라순력도의 모든 장면이 한눈에 보여 하나의 커다란 포스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그림책을 지은 윤민용은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 주로 정보 그림책을 펴내고 있는데, 특히 석사학위논문으로 <탐라순력도 연구>를 썼다고 하니 가히 탐라순력도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에는 제주의 풍경뿐만 아니라, 관리가 맡은 일과 백성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탐라순력도》가 완성되기까지 이형상 목사와 사람들은 얼마나 제주를 걷고, 얼마나 제주를 생각하고, 또 얼마나 제주를 열심히 기록하였을까?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는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일과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떻게 책임을 다하고 사랑할 것인지를 묻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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