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어가 되어버린 내 친구

© 2025, 『어느 날 문어가 되어버린 내 친구』, 한울림스페셜
제목: 어느 날 문어가 되어버린 내 친구
저자 : 표지율 글·그림
출판사: 한울림스페셜
발행일: 2025. 11. 20.
서평: 김세희(KBBY 전임회장)
불가사리, 말미잘, 해초가 있는 풍경의 표지 그림은 분명히 바다 속을 그린 것 같은데 왜 링겔 튜브, 청진기, 주사기, 첩약까지 보일까 궁금하다. 분홍색 피부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해맑은 미소를 띤 머리카락 하나 없는 소녀의 모습과 이 소녀의 손을 잡고 있는 또 다른 소녀가 있다. 이 두 소녀들은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인지 독자의 의문을 자아낸다. 표지를 넘기면 펼쳐지는 앞 면지를 보면, 둘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고 이제는 저학년 교실에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표지에서 보았던 접은 손 편지도 주고받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간지 한참 만에 다시 나타난 친구는 암치료로 머리카락, 눈썹도 없이 교실로 돌아온다. 다른 아이들은 문어, 빡빡머리라 쑥덕대지만, 단짝친구는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친구를 위해 멋진 가발과 모자를 준비한다. 또 친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 함께 먹고, 살이 점점 빠져 하늘나라에 가게 될까봐 걱정하는 친구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치료 잘 받을 수 있도록 응원한다.
또다시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기다리는 단짝친구는 꿈속에서 표지의 그림처럼 친구와 바다 속을 신나게 헤엄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끄럼틀도 함께 탄다. 새 학기가 되어 그 친구를 베스트 프렌드라 부르며, 모든 걸 다해주겠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드디어 나타난 친구는 머리카락이 조금 자라 밤송이머리가 되어 있다. 친구를 보자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의자도 넘어뜨리고 문가로 뛰어간다.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걸 말해주는 장면이다. 두 소녀는 예전처럼 다정하게 지내게 되면서, 장난끼가 발동한 친구가 “주말에 우리 할머니 댁에 밤 따러 갈래?”하고 놀린다. “너어어!” 친구가 반응한다. 건강해진 친구에게 이제는 농담을 던질 수도 있게 된다.
다시 뒤표지는 함께 성장하는 두 소녀를 그리고 있다.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할머니가 된 두 친구는, 여전히 마음만은 하나같이 행복한 모습이다. 이 그림책은 그림으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 그림책은 실제로 작가가 암을 겪으며 이렇게 위로해 줄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하며 쓰고 그렸다고 한다. 병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신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심적으로 위로와 응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병마를 겪는 어린 친구들의 어려움을 단짝친구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그림책은 색상과 그림이 따뜻해서 볼 때마다 두 친구의 우정에 미소 짓게 한다. 병마를 이겨내고 그림책을 만든 작가에게 나도 뒤늦은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 책 속의 두 친구처럼 누군가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간다면 고단한 삶 속에서 얼마나 힘이 되고 든든할까? 삶의 중요한 순간, 경험을 함께 나눈 사람들은 서로의 스토리와 역사를 공유하게 된다. 며칠 전 AI관련 심포지엄에서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여기서는 아픈 조시라는 소녀가 죽게 될 것을 대비하여 조시를 대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를 고용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머니는 클라라가 조시의 모든 것을 알고 똑같아지기를 요구한다. 클라라는 조시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조시의 마음까지 데이터화 한 결과, 인간 마음의 미묘하고 무한한 깊이를 깨닫고 조시의 마음은 조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시를 기억하는 또 조시와 사랑으로 맺어진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는 심포지엄을 다녀오기 전과는 달리 이 그림책 속 두 친구를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AI 친구(AF, Artificial Friend)가 해 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분리하는 나를 발견한다. AF가 인간 친구만큼 정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을까? 이 그림책에서 단짝 친구를 위한 공감능력, 적절한 농담, 눈 맞춤 등 인간적 감정의 가치는 AF가 대신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AI와 유전자 기술이 발전한 세상이지만 결국 타인을 위하는 사랑과 공감만이 진정한 구원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다 해도, 인간의 마음은 관계 속에서만 충만해진다”(김찬호, 2025)라는 발표자의 결론에 공감한다.
참고자료
김찬호 (2025. 11. 27.).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삶을 생각하다 [주제발표]. AI시대, 공동체를 생각한다 심포지엄 자료집(pp. 22–39). 2025 KCEF(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심포지엄, 서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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