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 2025,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비룡소
제목 :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저자 : 마이야 후르메 글·그림, 정보람 옮김
출판사 : 비룡소
발행일 : 2025. 10. 02.
서평 : 문선영(문경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 특임교수)
한 해의 끝자락,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아쉬움과 후련함, 미련과 설렘이 함께 스며드는 이 시점에, 그림책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은 우리 삶 속 ‘마지막’의 의미를 따뜻하게 되짚어준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조개껍데기나 우표를 모으듯, 자신이 겪은 마지막 순간들을 하나씩 모은다. 나의 마지막, 그리고 친구들과 할머니가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들이 조용히 쌓여간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원서 제목 「Odds and Ends」는 ‘잡동사니’, ‘자질구레한 것들’을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순간일지라도, 그 주인공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일상의 조각임을 드러내는 상징적 표현이다. 이러한 제목의 의미는 책 속 순간들을 더욱 애틋하게 바라보게 한다. 핀란드 작가 마이야 후르메는 이처럼 일상 속 작고 사소한 끝들을 한 권의 앨범처럼 엮어냈다.
걸음마를 떼기 전 마지막으로 주춤거리는 다리, 식탁 위에 남겨진 초콜릿 하나, 봄을 기다리며 털모자를 쓰는 마지막 날처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순간들이 잔잔한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그러나 작가는 이 ‘마지막 순간들’을 단순한 이별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은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이가 성장하며 맞이하는 수많은 마지막이 결국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이 작품은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 도서이자 핀란드도서예술위원회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주목받았다. 그림은 부드러운 연필선과 수채화로 그려졌으며, 여백이 많은 화면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회색빛과 파스텔톤이 어우러진 색감은 덧없음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용한 여운을 남긴다. 그 서정적인 분위기는 ‘끝맺음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감각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 모두의 삶에도 이런 마지막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 남는 두근거림처럼, 이 책은 끝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묘한 설렘이 깃들 수 있음을 일깨운다. 유아와 함께 성장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은 교사, 혹은 한 해의 끝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은 마지막이 끝이 아닌, 다음을 위한 준비임을 다정하고 조용한 언어로 전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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