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와 애벌레

© 복숭아와 애벌레, 안녕달ㅣ 창비
제목: 복숭아와 애벌레
저자: 안녕달 글․그림
출판사: 창비
발행일: 2026. 07. 06.
서평: 이수원(계명대학교 유아교육과)
어른들이 과수원 일 나간 사이 아이는 대청마루에 한가로이 누워서 복숭아를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한입 베어 물려던 복숭아에서 애벌레가 고개를 내밀자, 아이는 복숭아를 온몸 가득차게 먹을 수 있는 애벌레가 부럽기만 하다. 애벌레와 몸을 바꾼 아이는 씨를 돌아 복숭아를 파먹으며 ‘빙글빙글 미끄럼틀’을 만들고 신나게 놀았다. 아이 몸을 입은 애벌레는 풀밭을 걸으며 달팽이도 보고 초코렛도 씹어보며 (어려워서 머리 아픈) 글자도 써본다. ‘빙글빙글 미끄럼틀’을 타보지 않겠냐는 아이의 제안에 애벌레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아이가 만들어놓은 미끄럼틀을 타본다.
표지는 아이가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이 앵글(high angle)로 보여준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의 아이는 어쩌면 복숭아 안에서만 지내다가 아이 몸으로 바깥세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애벌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속표지는 한여름 시골집 대청마루에서 엎드려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을 양면 가득 보여준다. 대청마루는 물리적으로는 한옥의 각 방을 잇는 공간이자 자연을 집안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지만 심리적으로는 할머니 무릎에 누워 잠들거나 가족과 음식을 나누며 대화하던 추억의 공간이기 때문일까. 속표지를 펼치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온전히 충만한 여름날 오후의 그리운 향수가 밀려든다.
『복숭아와 애벌레』는 등장인물이 다른 존재의 몸으로 감각해보고 제자리로 회귀하는 구조의 이야기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로부터 조망수용능력을 갖추는 시기로 넘어가는 4~5세 유아에게 적절한 그림책인 것으로 사료된다. 갈등 해결의 서사나 도덕적인 훈계가 없어서 독자가 아무 부담 없이 대청마루 위에서 뒹굴거리는 아이가 되거나 혹은 복숭아 안에서 신나게 미끄럼틀 타는 애벌레가 되는 유쾌한 상상을 할 수 있다.
“넌 다 자라면 뭐가 돼?”
“나도 몰라.”
“뭐가 되고 싶은데?”
“다 좋을 것 같은데, 넌?”
“난 맨날 바뀌어, 히히히.”
“히히히.”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애벌레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매번 바뀌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의 존재 가치가 성과나 성취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복숭아와 애벌레』는, 『수박 수영장』(2015), 『할머니 여름휴가』(2016) 등을 집필한 안녕달 작가의 작품이다. 『수박 수영장』에서는 여름 과일 중 수박에 온 마을 사람들이 시원하게 풍덩 빠져 수영을 했다면 『복숭아와 애벌레』에서는 아이가 애벌레가 되어 복숭아 속을 파고 먹으며 미끄럼틀을 만들어 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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