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양양ㅣ 문학동네
제목: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 김성은 글, 양양 그림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26. 04. 08.
서평: 김성현(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조교수)
한 사람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지금’ 위에 놓여 있을까.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의 표지를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짙은 남색 하늘 아래 소방관 대현 씨가 걸어가는데, 그의 발아래 비친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곳에는 평범한 한 남자와 아이가 서 있다. 한 화면 안에 소방관인 현재의 대현 씨와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미래의 대현 씨가 나란히 놓인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이 표지는 이미 이 그림책이 들려줄 이야기를 넌지시 보여준다.
어두운 밤,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소방차 안에 스물아홉 살 대현 씨가 타고 있다. 낮에 찾아온 결혼반지가 그의 손가락에서 반짝인다. 그런데 이야기는 뜻밖에도 화재 현장 대신 아직 오지 않은 대현 씨의 미래를 먼저 들려준다. 열흘 뒤 그는 작은 호숫가에서 지영 씨와 결혼하고, 일 년 뒤에는 자신을 꼭 닮은 딸의 아버지가 된다. 잠을 설친 아내를 위해 이유식을 끓여 놓고 출근하고, ‘아빠 껌딱지’가 된 딸과 놀며 무엇이든 “안 돼!”라고 막기보다 “한번 해 볼까?”라고 말해 주는 아빠가 되려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줄곧 ‘~할 것이다’라는 어법으로 대현 씨의 미래를 들려준다. 독자는 대현 씨보다 먼저 그의 결혼과 딸의 탄생,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보게 된다. 정작 대현 씨에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그래서 평범하기만 한 미래의 장면들이 오히려 절실하게 다가온다. 독자는 미래를 알지만 그 미래의 주인공은 알지 못한다는 시간적 거리감이 이야기에 긴장을 더한다.
이 책이 소방관을 단순한 ‘두려움 없는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훗날 딸이 “불이 무섭지 않아?”라고 묻자 대현 씨는 불은 무섭다고 솔직히 답한다. 다만 자신보다 더 위험에 빠진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화재를 진압하던 후배가 크게 다친 뒤에는 몇 달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작품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알고도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러다 열 살이 된 딸이 아빠처럼 용감한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글을 쓰자 그의 마음속에는 다시 용기가 피어난다. 영웅의 서사라기보다 한 사람이 흔들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에 가깝다.
그림 역시 현재와 미래 사이의 거리를 섬세하게 조율한다. 화재 현장의 짙은 남색과 검은색, 거칠게 번지는 연기와 불티 사이로 결혼식과 아이의 탄생, 가족의 일상을 담은 연하고 따뜻한 색채가 스며든다. 화재 진압 장면과 아직 오지 않은 가족의 시간이 서로 포개지듯 이어지면서, 대현 씨에게는 아직 만나지 못한 자신의 미래가 있고, 그가 구하러 가는 누군가에게도 그 사람만의 미래가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해 대현 씨는 ‘119영웅상’을 받고 가족과 처음으로 캠핑을 떠날 것이다. 결혼식을 올렸던 호숫가에서 아내와 딸과 소시지를 구워 먹고, 텐트에 나란히 누워 별을 바라볼 것이다. 평화롭고 행복한 여름밤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에서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대현 씨는 지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불길 밖으로 막 빠져나온 순간 “2층에 아이가 있다”는 외침을 듣고, 다시 몸을 돌려 검은 연기 속으로 뛰어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앞서 보았던 미래가 다시 떠오른다. 결혼도, 아이도, 호숫가의 캠핑도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래란 저절로 우리에게 도착하는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오늘을 살아 내고, 또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 주었기에 비로소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방관의 희생과 용기를 그린 그림책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내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린 독자들은 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한 생명을 위험에서 건져 내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웃으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 주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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