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미역국

© 나의 첫 번째 미역국, 염혜원ㅣ 웅진주니어
제목: 나의 첫 번째 미역국
저자: 염혜원 글·그림
출판사: 웅진주니어
발행일: 2026. 05. 15
서평: 최예린(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어릴 적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미역국 냄새가 집 안에 퍼졌다. 그림책 주인공처럼 미끌미끌하고 비린내 나는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아 어머니가 끓여주신 정성 담긴 미역국 국물만 몇 숟갈 떠먹고 남기곤 했다.
『나의 첫 번째 미역국』은 볼로냐 라가치상, 에즈라 잭 키츠상, 샬롯 졸로토상을 수상한 염혜원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커다란 그릇이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안에는 푸른 제주 바다와 해녀, 고래 등 제주도의 풍경이 담겨 있다. 둥그런 그릇 위로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소녀가 숟가락을 들고 있다. 그림책 제목은 미역을 닮은 초록색으로 쓰여 있으며, 왼쪽에서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이어지고, 위에서 아래로 시선이 흐르도록 배치되어 있다. 한편, 뒤표지에는 미역국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감싸고 있는 엄마의 손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에서 사랑과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일날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주자,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크가 아니라 실망한 딸에게 엄마는 미역국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는 출산 후 한 달 동안 할머니가 제주에서 가져온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을 매일 먹었고, 할머니와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도 미역국을 먹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 고래가 아기 고래를 낳고 미역을 먹는 모습을 본 해녀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한 그릇 미역국에 깃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미역국을 먹는 건 어머니들을 기억하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의 첫 번째 미역국』은 미역국을 소재로 어머니의 헌신과 한국의 문화·역사를 담아낸 그림책이다. 따뜻한 미역국은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따뜻함을 상징한다. 출산 후 미역국을 끓여주는 모습을 담은 펼침면에는 한쪽에 과거의 장면이, 다른 한쪽에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의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두 장면이 하나로 연결되어 보이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과 세대를 잇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출산으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낸 딸이 회복할 수 있도록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 세대를 잇는 한국의 정서이다. 한 끼의 밥과 국은 지친 사람에게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고, 타자를 향한 돌봄이다. 한 그릇의 미역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사랑의 기억이다.
푸른 바다를 닮은 미역국 옆에 놓인 하얀 밥은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색채의 대비는 안정감을 더하며 따뜻하고 정겨운 밥상을 완성한다. 그림책 속 어머니가 막 끓인 미역국에서 깊은 바다향 그리고 어머니의 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책장을 덮고 나니, 오늘은 가족을 위해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을 끓여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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