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마법

© 초록의 마법, 이레네 페나치 ㅣ 노는날
제목: 초록의 마법
저자: 다비드 칼리 글, 이레네 페나치 그림
출판사: 노는날
발행일: 2026. 04. 05.
서평: 구수연 (국립군산대학교 아동학부 교수)
「초록의 마법」은 재치 가득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다비드 칼리의 최신작이다. 책 표지에는 작품의 내용에 걸맞은 <베니스 정원 재단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메달이 그려져 있다. 다비드 칼리는 간결한 서사와 그림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 준 「나는 기다립니다」에서 2005년 바오바브상을 수상하고, 볼로냐 라가치 스페셜 상 등 많은 수상을 한 저력있는 작가이다.
책의 이야기는 망원경으로 창문 밖을 내다보던 주인공이 초록 코트와 중절모를 쓴 한 신사가 씨앗을 떨구고 가는 것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블록으로 만든 집과 잿빛 도로로 이어진 도시에 갑자기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 비밀을 모르지만 그 씨앗은 마법을 부린 듯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나무로 자라났다. 나무가 점점 많이 자라나자 시청 일꾼들이 와서 나무를 베어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하루가 지나지 않아 나무는 두 배로 늘어났고, 하루 뒤 다시 두 배가 되자 시청 일꾼들은 나무를 베는 것을 포기한다. 일주일이 되자 나무가 도시를 뒤덮게 되었고, 자동차가 통행하기 어렵게 되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주인공은 마침내 초록 코트를 입은 신사가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으나, 계단에서 신사 대신 큰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마주치게 된다. 할아버지의 가방 속에는 씨앗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씨앗 세 개를 들고 나와 학교 앞에 뿌린다.
이 책은 인간이 밀어낸 나무가 마법처럼 우리 생활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은 나무를 타고 놀거나 나무위에 집을 지어 올라가서 지내기도 한다. 차들이 나무 때문에 다니지 못하게 되자 놀 공간이 더 많아지게 되고, 아이들은 더 많은 놀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 졌다며, 투덜거리며 아빠는 “나무들은 멋있는 대신 쓸모가 없죠. 주차장은 멋은 없지만 쓸모가 있고요.” 라는 대사로 쓸모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어른들의 인식을 드러낸다. 나무가 성장하자 아이들의 삶은 풍성해진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으로 나무의 쓸모는 너무 충분한데도 말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자연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아이들 삶에 자연을 데려오는 일은 이처럼 마법을 부려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의 마법」은 자연이 우리의 감각적 즐거움을 채우는 목적이 아니라, 자연(自然), 말 그대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이 더욱 풍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과 우리의 관계는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 초록셔츠를 입고 학교 정문 앞에 작은 씨앗을 떨어뜨리는 아이의 마음은 이미 나무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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