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

제목: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
저자: 키티 크라우더 글·그림, 이주희 역
출판사: 논장
발행일: 2025. 01. 10.
서평: 구수연(국립군산대학교 아동학부 교수)
죽음은 그 자체의 미지성과 불가해성으로 인해 인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동시에 죽는 사람과 떠나 보내는 사람들 모두 존재의 절멸이 가져오는 깊은 슬픔을 경험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죽음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멀리 가셨다” 등과 같은 표현으로 에둘러 말한다. 죽음이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임에도 어른들은 죽음을 가리고,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갖거나 막연한 생각에 극단적인 공포를 갖기도 한다.
키티 크라우더(Kitty Crowther)는 벨기에에서 출생하였다. 선천성 난청으로 다섯 살에 말문이 트였다는 그녀는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색으로 그 대상이 보이는 것 너머의 숨은 의미를 찾으며 호기심 가득한 상상력을 그림책에 담았다. 1994년 『나의 왕국』을 출간한 이래 다수 그림책의 출간으로 201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상을 수상하였다. 그녀가 2024년에 출간한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는 문장 그대로 죽음이 현신(現身)하여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본문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죽음은 작고 상냥해요. 하지만 아무도 그걸 모르지요”. 검은 옷을 입은 작은 죽음이 여느 때처럼 나이 든 노인을 조용히 찾아가 죽은 이들의 왕국으로 안내한다. 죽음은 조심스럽게 노인을 배에 태워주고, 불까지 피워 따뜻하게 해주지만 노인은 두려움에 떤다. 죽음은 말한다. “늘 이렇다니까요!”. 죽음도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서운한 것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엘스와이즈라는 아이를 찾아갔을 때 그는 죽음을 환영한다. “드디어 왔군요!” 병 때문에 한시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엘스와이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꺼이 죽음을 따라간다. 엘스와이즈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 편안하다며 아름답게 웃고, 죽음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재미있게 한다. 엘스와이즈는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되어, 죽음과 함께 죽는 이들을 찾아 가게 되고 죽는 이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의학적, 철학적 담론이 등장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키티 크라우더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는 다른 시선을 보여 주었다. 기꺼이 죽음을 따라가는 엘스와이즈를 통해 키티 크라우더는 죽음이 고통을 멈추어 준다는 점에서 상냥하다고 말한다. 그는 “안개 속의 사람을 위하여”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죽음 앞에 선 사람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모두 죽음 앞에서는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천사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며, 남은 아동들은 안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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