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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서평

해피버쓰데이

관리자 2025-03-21 10:10:39 조회 1346


백희나 © 2024, 『해피버쓰데이』, 스토리보울


제목: 해피버쓰데이

저자: 백희나 글·그림

출판사: 스토리보울

발행일: 2024. 12. 01.

서평: 김은심(강릉원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시끌벅적 다정마을 유쾌한 아파트 501]에는 얼룩말 소녀 제브리나가 산다. 에너지 넘치는 동네 이름과는 달리, 제브리나는 요즈음 기운이 없고 마음이 무거워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눈가리개까지 쓴 채, 축 처져 있는 모습은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지쳐버린 현대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제브리나가 얼루룩덜루룩탈탈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한 막내 이모는 제브리나의 생일을 맞아 매일 새 옷이 걸려 나오는 신기한 옷장을 선물한다. 어느 날은 초록색 점퍼스커트에 검정 물방울무늬 블라우스가, 또 어느 날은 폼폼 베레모와 오렌지 체크무늬 나팔바지가 등장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제브리나는 그 옷에 딱 맞는 하루를 보낸다. 나들이 가기, 이웃을 만나 티타임 갖기, 집 청소하기, 요리하기, 그림 그리기 등 일상의 매순간을 조금씩 활기로 채워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책 곳곳에 숨은 소품과 설정에 있다. 얼룩말들만 걸릴 것 같은 얼루룩덜루룩탈탈병’, 이모의 집주소 [히믈내야 산꼭대기 구름 쌓인 호수 위 외딴성], 제브리나가 살고 있는 [시끌벅적 다정마을 유쾌한 아파트], 거실과 침실, 심지어 휴대폰 배경화면에까지 등장하는 분홍색 갈기의 흰색 유니콘 그림과 낡은 흰색 피겨스케이트, 그리고 매일매일 새 옷이 걸려 나오는 옷장. 이 모든 요소는 그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변에 숨어있는 회복의 실마리를 암시해 준다. 유니콘 그림액자는 제브리나가 잊고 있던 꿈과 가능성을 상징하는 듯하고, 현관 옆에 걸려 있는 스케이트는 작가의 전작 어제 저녁에서 드러났던 그의 꿈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바야흐로 생일. 제브리나는 초대장을 돌린 후 직접 구운 케이크와 함께 이웃들을 기다린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대신, 옷 한 벌로 바꾼 하루는 작은 축제 같고, 마침내 해피버스데이라는 특별한 날을 맞아 스스로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주변과 기쁨을 나누기로 한다. 그날 아침에는 과연 어떤 선물이 신기한 옷장 속에서 제브리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 궁금증은 책의 마지막까지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백희나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순간에 터져나오는 극적인 변화보다는 매일매일 실천하는 자기 돌봄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임을 유쾌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전한다. 경주마도 아닌데 경주마용 눈가리개를 쓰고 사는 모습은 스스로 돌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현실의 우리를 닮아있다. 목표를 보고 달리던 제브리나는 어느새부턴가 도리어 압박감에 갇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낸다. 그러던 제브리나가 옷을 갈아입고, 집을 정리하며, 이웃을 만나, 간단하게나마 자신을 위한 일을 시도함으로써 조금씩 삶의 기운을 되찾는 장면은 일상의 작은 변화가 선물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잘 보여준다. 직접 만든 입체 세트와 인형, 소품을 사진 촬영하여 입체감 있고 따뜻한 장면을 완성하는 독특한 제작 방식도 여전하다. 현실적인 일상과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야기는 마치 작은 무대를 눈앞에 펼쳐 놓은 듯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인형놀이를 좋아하는(했던) 독자라면, 옷장에서 막 나온 새 옷을 입고 한껏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제브리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지쳐버린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보길 권한다. 따끈한 목욕물, 오래 입어 편안해진 옷, 낡고도 소중한 스케이트. 우리를 위로하고 힘내게 하는 것들은 언제나 곁에서 기다리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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